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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1 - 조선비즈 “병용 요법 시대 연 렉라자, 블록버스터 K항암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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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32회 작성일 25-05-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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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용 요법 시대 연 렉라자, 블록버스터 K항암제 될 것”

입력
[Interview] 국내 항암제 최초 美 FDA 승인 주역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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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철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가 4월 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사무실에서 과거 자신에게 진료받은 암환자가 직접 써준 붓글씨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용성 기자
“‘렉라자(해외 제품명 라즈클루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첫 국산 항암제라고 하면 외국에선 잘 안 믿는다. 한국이 자동차, 스마트폰, K팝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인데 의외라는 얘기다.”

조병철(연세-유일한 폐암연구소 소장)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유한양행의 먹는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치료제 렉라자 성공의 일등 공신이다.

폐암은 암세포가 작으면 소세포폐암(小細胞肺癌), 이보다 크면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비소세포폐암이 환자의 80% 정도를 차지하며, 그 가운데 40%가량은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 관련 돌연변이다. 렉라자는 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 항암제’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에서 렉라자 후보 물질을 도입했다.

그 후 임상시험을 거쳐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 판매 권리(국내 제외)를 12억5500만달러(약 1조8426억원)에 다시 기술수출했다. 렉라자는 J&J의 폐암 치료 주사제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으로 2024년 8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조 교수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1~3상 임상시험을 주도했고,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각각의 임상시험도 주도했다.

그동안 비소세포폐암 치료 제제는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알려진 유럽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그런데 J&J는 1월 7일(현지시각)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치료제로 함께 썼을 때 전체생존기간(OS)에서 타그리소보다 앞설 것이라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 3상 연구에 대해 J&J 연구진은 “렉라자·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은 타그리소보다 최소 1년 더 생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타그리소의 OS를 유의미하게 넘어서는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이 68억달러(약 9조9838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해, 렉라자가 가까운 미래에 국산 신약 최초로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달러가 넘는 의약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4월 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사무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는 조 교수가 2020년에 창업한 신약 연구개발 전문 기업이다. 조 교수는 스스로를 “전 세계에서 폐암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조 교수는 매주 170명 정도의 폐암 환자를 보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줄어든 게 그 정도다. 조 교수 본인 건강이 걱정돼 괜찮은지 물으니 “타고난 강골이다. 가급적 소식하고,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렉라자의 FDA 승인의 의미, 어떻게 보는지.

“항암제는 기존 약제보다 좋아야 승인받을 수 있다. 비슷한 효과로는 어렵다. 항생제를 비롯해 FDA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이 있긴 했지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없었다. 폐암은 1년에 전 세계적으로 250만~300만 명의 신규 환자가 생기는데, 그중 약 50만 명의 치료제가 타그리소밖에 없던 상황에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50만 명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고, 나아가 (리브리반트와 함께) 글로벌 표준 치료 요법의 일부가 되는 최초의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항암 치료에서 병용 요법의 다양한 실험도 더 많아질 것 같다.

“병용 요법이 표준이 될 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렉라자·리브리반트가 항암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첫 사례로 성공을 거뒀으니 더 좋은 병용 요법을 위한 시도가 늘어날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각각의 임상시험을 주도하면서 병용 요법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생긴 건가.

“비슷한 시기에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각각의 임상을 맡아 진행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처음엔 둘이 짝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당시에는 나도 인지도가 높은 의사가 아니었고, 두 약물도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얀센은 혈액암 분야의 강자이긴 했지만, 폐암 치료제는 리브리반트가 처음이었다. 얀센의 리브리반트 임상 의뢰를 미국 연구자들이 거부해서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각각의 임상을 진행하면서 렉라자·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을 생각하게 됐다.”

원래 학부 전공이 생화학이다. 신약 연구개발에 도움이 됐을 것 같기도 한데.

“내가 대학에 진학했던 1990년에는 지금처럼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공대와 순수과학 분야도 인기가 높았다. 신약 개발과 중개 연구(기초 학문과 임상시험을 연계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 생화학 공부가 도움이 된 것 같다.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지식은 물론이고, 과학자다운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필수다.”

국산 항암제의 혁신을 가속하려면 어떤 부분이 달라져야 할까.

“규제 기간 단축을 위한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승인 시간은 FDA에 비해 매우 길다. 관련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 인력에서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의 MD(Medical Doctor·의사과학자) 인력 중에는 환자 진료보다 신약 연구개발 인력이 훨씬 많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의대 쏠림도 문제지만, 성형외과 등 특정 인기 전공에 몰리는 것도 큰 문제다.

“경제적인 욕구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군의관 제도처럼 일정 기간 핵심 분야의 기초연구를 담당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은 신약 개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다만 MD 인력의 진료 부담이 과중한 나머지 기초과학 연구와 연결이 잘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빅 5 병원(서울대학교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이 신약 개발에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진료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환자 수가 줄면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제도를 마련해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약효가 좋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까.

“머지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신약 개발에서 항체의 염기 서열(시퀀스) 분석이 매우 중요한데, 그 과정의 정확도를 높여서 효과가 더 좋은 물질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임상 데이터도 AI에 접목해 신약 개발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환자와 종양의 유전학적 데이터가 수십·수백만 개 쌓이면 인종과 혈액형 등에 따른 암 발생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렉라자의 뒤를 이을 연구 계획이 궁금하다.

“생전에 FDA 승인 신약 10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죽을 때까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 신약 연구개발 없이 수조원이 손에 들어온다 해도 그건 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암을 예방하는 습관, 어떤 것이 있을까.

“나이가 들면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유전적인 소인도 무시할 수 없다. 나이를 먹는 것,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건 노력으로 어찌 할 수 없지만 술과 담배를 끊거나 줄이는 건 암 발생 확률을 낮추는 확실한 방법이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주장도 있는데, ‘적당히’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술과 담배는 1급 발암물질이라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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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용 요법 시대 연 렉라자, 블록버스터 K항암제 될 것”입력2025.05.01. 오전 6:02[Interview] 국내 항암제 최초 美 FDA 승인 주역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조병철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가 4월 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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